(기사전문)
우주에서 받는 정보를 알고리즘으로 풀다
인기 SF시리즈 ‘스타트렉’은 “우주, 최후의 개척지”(Space, the final frontier)라는 표현으로 시작한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새삼 새로울 게 별로 없는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도 끝 모를 밤하늘과 그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별들은 여전히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 준다.
과거 소수의 강대국과 주요 군수산업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우주개발 사업은 최근 들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발사체·위성 등 전통적인 우주기술이 인공지능(AI)·빅데이터·3D프린팅 등 신기술과 융합돼 새로운 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민간에서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뉴 스페이스’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중 하나가 한글과컴퓨터(한컴)다. ‘아래아 한글’을 비롯한 오피스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그 소프트웨어(SW) 기업이다. 한컴그룹의 우주항공 관련 사업을 이끌고 있는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를 만났다.
한컴에서 ‘뉴 스페이스’ 시대를 준비하다
“한컴도 처음에는 드론 사업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위성과 우주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더니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당시 방위산업과 제조 분야 유력기업에서도 인수 의사를 밝혔지만 한컴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뉴 스페이스’ 시대에는 IT기업, 그것도 SW기업의 DNA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난해 9월 인스페이스는 한컴그룹에 인수되면서 한컴인스페이스로 거듭났다. 최 대표와 한컴은 국내 민간기업 최초 위성 발사라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 드론 스타트업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국산 드론 확충에도 나섰다. 모두 21세기 원유인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위성영상의 활용처는 무궁무진합니다. 미국 곡창지대를 찍은 여러 영상을 분석해 기존과 비교하면 특정 작물의 수확량 변동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선물옵션 시장 등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죠. 한컴 위성 프로젝트는 현재 상당히 속도를 내는 상황입니다.” 한컴인스페이스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달 궤도선 탑재체를 활용한 영상분석으로 물의 흔적을 찾는 기술적 연구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이렇듯 위성·드론 영상정보 처리·분석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면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위성과 드론을 함께 활용하는 전문업체는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려울뿐더러 ‘뉴 스페이스’ 시대에 가장 크게 개화하는 곳 중 하나가 위성 활용 서비스 시장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컨설트는 이 시장이 전체 위성산업에서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바라본다. 최 대표는 “위성도 결국 SW가 핵심”이라며 “민간에서 SW 하나로 수천억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아직 한국은 정부 주도로 하드웨어에만 집중하는 전통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주항공 분야 SW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후배들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한컴 그룹사와 시너지를 내면서 우리의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최 대표의 개척길은 더 먼 곳을 향해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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